정수연(鄭壽延)이란 벗이 병중의 안정복(安鼎福)을 위해 양생 요령을 적은 '위생록(衛生錄)'이란 책을 빌려주었다. 안정복이 읽고 돌려주며 책에 발문을 써 보냈다. 그중의 한 대목. "위생의 방법은 안으로 그 술법을 다해도 밖에서 오는 근심을 조심해 살펴 미리 막아야 한다. 그래야 안팎이 다 온전할 수 있다. 선표(單豹)는 안을 다스렸으나 범이 밖을 잡아먹었고, 혜강(嵆康)은 양생(養生)에 힘썼지만 마침내 세화(世禍)에 죽었다. 그래서 군자는 거처하는 곳을 삼가고 사귀는 바를 조심해야 한다. 두 사람은 안에만 힘을 쏟고 밖에는 소홀해 이렇게 되었다. 이것이 과연 양생의 방법이겠는가?"
위 글 속 선표의 얘기는 고사가 있다. 전개지(田開之)가 주 위공(周威公)에게 말했다. "양생은 양 치는 것과 같습니다. 뒤처지는 놈을 살펴 채찍질하는 것이지요." 위공이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노나라 사람 선표는 바위굴에서 물마시고 살며 백성과 이끗을 다투지 않았지요. 70세에도 어린아이의 낯빛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주린 범을 만나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장의(張毅)는 부잣집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사귀었는데 나이 40에 속에 열이 치받는 병으로 죽었습니다. 선표는 안을 길렀지만 범이 밖을 먹어버렸고(호식기외·虎食其外), 장의는 밖을 길렀는데 병이 안을 공격했습니다(병공기내·病攻其內). 두 사람 모두 뒤처지는 것에 채찍질하지 않았습니다." '장자' '달생(達生)'편에 나온다.
박세당(朴世堂)은 '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에서 " 사람의 우환은 평소 염려했던 데서 일어나지 않고 늘 생각지 않은 데서 일어난다.(人之患, 不作於其所慮, 而常作於其所不慮者也.)"고 풀이했다. 선표는 맑게 살았지만 주린 범이 못 알아봤고, 장의는 사교에 힘써 곳곳에 보험을 들어두었으나 제 몸 안의 질병은 살피지 못했다.
살면서 호식병공 (虎食病攻)의 근심을 면할 길 없다. 안만 살펴도 안 되고 밖만 돌봐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어찌 할까? 안팎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채찍을 들고 뒤처지는 놈의 꽁무니를 후려쳐야 전체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