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 새끼들 부리에 넣어줄 때
한 번에 한 마리씩 차례대로,
새끼는 새끼대로
노란 주둥이를 찢어질 듯 벌리고 기다릴 때
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절명이 그렇게 온다면
입을 벌리고 한 생각만 집중한 채
그렇다면 한생을
정확하게 전달했는가 나는, /이규리
배곯아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들이 있다. 밖에서 먹이를 물어 오는 어미 새가 있다. 어미 새는 길고 뾰족한 부리로 먹이를 연신 물어 온다. 물어 와서는 입을 한껏 벌리고 목청껏 우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인다. 한 번에 한 마리씩 정성스럽게,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새끼 새들에게 먹이를 넣어줄 때는 전심(全心)을 바쳐서 오직 이 일만을 한다. 시인은 이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본다. 이처럼 간절하게 순정으로 생(生)을 사랑하며 살고 있느냐고 질문하면서.
이 시는 새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어미 새의 조건 없는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밥 먹이는 일의 숭고(崇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미에게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하나하나가 귀하고 높고 뜨거운 생명이다. 그래서 진지하고 진실한 이 어미의 마음은 잘 보호되어야 한다. //문태준;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