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이라고 하였다
나는 오로지 ‘아멘’이라고 하였다
그것이 단 하나의 소원이라고
그렇게 될 것을 믿는 다고
우러러 약속하겠노라고
끝끝내 결심하겠노라고
나는 지금 흐느끼듯 아멘을 외친다
하늘 아래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서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을 때
배웠던 천 마디 말을 다 잊어버리고
한 치 눈앞을 분간할 수 없을 때
나는 마지막을 고하듯
‘아멘’을 부른다
아멘은 나의 방언,
나의 눈물,
내 어여쁨
아멘은 나의 칼,
나의 소금,
내 좁은 길
벙어리 되어, 소경이 되어
천지분간 못하고 헤맬 때에도
나 아멘, 아멘 할 줄을 알아
겨우겨우 이만큼 살아남았다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