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픈 자리에
한 채
집을 지었다
사랑한다!
귓속말 불어넣은
누옥(陋屋)
참새가
들락거렸다
다섯 개 알
낳았다 /이교상
새로운 한 해의 시작. 해가 바뀌면 뭔가 새로워질까. 하루와 달과 해라는 시간의 단위는 달력을 바꿀 때 가장 실감 난다. 그렇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 마음가짐을 달리하지만 얼마 지내다 보면 다시 엇비슷한 타성 속에 있다.
그래도 마음먹기에 따라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열어갈 수 있으니 시간을 나누어 탄생시킨 약속들이 새삼 지엄하다. 마지막 해넘이와 새로운 해돋이를 보려는 행렬은 그래서 해마다 반복되는 제의(祭儀)다. 금방 씻고 나온 해라고 어제와 다른 해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상에는 통과 의례 같은 처음과 끝이 있어야 뭔가를 새로 열어나갈 힘이 솟나 보다.
그것은 어쩌면 '누옥(陋屋)'에다 '사랑한다!'고 '귓속말'을 불어넣는 일. 진심을 불어넣으면 '가장 아픈 자리'라도 환한 응답이 오려니. 들락거리던 참새가 어느새 '다섯 개'나 눈부신 알을 낳듯! 그렇게 삶은 지속되고 새로운 생명도 이어가는 것이겠다. 유독 힘들고 아픈 해를 지나왔으니 새해에는 부디 싱싱한 웃음들이 문전마다 부화하길 빈다.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