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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의 역사

           겨울이 오면

           이 땅의 어머니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

           아침 밥상을 차리다 말고

           무슨 액땜이라도 하는 양,

          "야, 밤새 눈이 하얗게 쌓였네"

           하고 들릴락말락하게 내뱉는다.

 

           그릇 부딪는 소리,

           얌전한 도마 소리에 취해

           두툼한 솜이불 한 귀퉁이씩 붙들고

           늦잠을 즐기던 아이들은

           무엇엔가 홀린 듯

           단잠을 훌훌 벗어던지고

           내복 바람으로

           성에 낀 창가에 매달려

           그 맑고 찬란한

           겨울 아침을 맞곤 했다는데,

 

           이런 거짓말의 풍습은

           밤새 눈 내린 춥고

           컴컴한 첫새벽에

           삶은 눌은밥 한사발 들이켜고

           홀로 먼 길 떠난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이 눈물겨운

           족속의 오랜 전통이라고.   /이창기

 

 

  세상이 참 눈부시게 순백으로 빛나는 겨울 아침의 풍경이 여기에 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솜이불을 끌어당기며 게으른 늦잠을 즐기고 있다. 부엌에서는 어머니가 아침 밥상을 한창 차리고 있다. 일정하고 단정한 도마질 소리와 그릇 부시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깨우는 소리로 밤새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허옇게 서릿발이 얼어붙은 창가에 매달려 바깥을, 집 밖을 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을 창가로 불러 모으는 어머니의 이런 거짓말은 참으로 뜻이 깊다. 추운 한데에 있는 것들을 보라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눈물겨운 삶들을 보라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눌은밥을 들이켜고 홀로 길 나서는 사람들이 이 겨울 아침엔들 왜 없겠는가./문태준: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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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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