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奴告買月(답노고매월)달을 샀다는 아이에게
僮僕欺余曰(동복기여왈) 아이 종이 나를 속여 말했네. 今宵買月懸(금소매월현) "오늘 밤 달을 사다 매달아 놨소." 不知何處市(부지하처시) 어떤 시장에서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費得幾文錢(비득기문전) 달 값을 몇 문(文)이나 주었지?
조선 후기의 문신·학자인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1741∼1826)가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썼다. 평범해 보이지만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아이 둘이 지붕 위로 솟아오른 달을 보고 있다. 어린 종이 장난기가 동해서 자기가 달을 사다 허공에 매달아 놨노라고 뻔한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이라 대꾸한다면 정말 멋이 없는 대답이다. 어린 윤기는 "얼마 주고 샀는데?"라고 되받아친다. 네가 거짓말하는 줄 다 안다는 말을 저렇게 재치 있게 표현했다. 달 아래 두 아이가 익살맞게 주고받은 대화를 글로 옮겨 적으니 바로 훌륭한 시가 되었다. 두 명의 어린 시인이 탄생했다. 달을 보면 자연스럽게 시인이 되던 시대의 밤 풍경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그림;박상훈/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