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초입이나 마을 근처 언덕에는 당산(堂山)이 있다. 그리고 우람하게 솟은 당산나무가 있다. 마을을 지키고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성수(聖樹). 마을의 지붕이요 중심이었던 나무. 옛 시간과 함께 우리들 가슴에 거대한 뿌리를 내린 나무. 고향에 갈 때마다 나도 당산나무에게 눈인사를 한다. 당산나무도 나를 잊진 않았을 것이다. 단단한 근육과 뻣뻣한 뼈마디를 자랑하던 당산나무가 어린 나를 키웠으므로. 나는 당산나무 아래에서 잔뼈가 굵어졌으므로. 당산나무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 번도 흔들리거나 바뀌지 않았으므로. 여름날의 쏴 쏟아지는 소낙비와 겨울날의 벌떼보다 맹렬한 눈보라를 당산나무 아래에서 피했으므로. 당산나무 아래에서만은 가난하지 않았으므로. 당산나무만 있으면 뒤가 든든했으므로. /문태준;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