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안창동
당산나무
고향 마을을 간다
내가 당산나무를 생각하는 만큼
당산나무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당산나무는 함께 놀던
나를 알아보기나 할까 서먹하다
혹시 당산나무가 나를 모른 체하며,
밀쳐내지나 않을까
내가 손을 내밀면,
당산나무가 나의 손을 붙잡아줄까
아니면, 내가 먼저 당산나무가 내민 손을 뿌리쳐 버릴까
그러면 당산나무는 아침마다
찬바람 앞에 서 있겠지 어쩐지 불안하다 /윤희상
마을 초입이나 마을 근처 언덕에는 당산(堂山)이 있다. 그리고 우람하게 솟은 당산나무가 있다. 마을을 지키고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성수(聖樹). 마을의 지붕이요 중심이었던 나무. 옛 시간과 함께 우리들 가슴에 거대한 뿌리를 내린 나무. 고향에 갈 때마다 나도 당산나무에게 눈인사를 한다. 당산나무도 나를 잊진 않았을 것이다. 단단한 근육과 뻣뻣한 뼈마디를 자랑하던 당산나무가 어린 나를 키웠으므로. 나는 당산나무 아래에서 잔뼈가 굵어졌으므로. 당산나무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한 번도 흔들리거나 바뀌지 않았으므로. 여름날의 쏴 쏟아지는 소낙비와 겨울날의 벌떼보다 맹렬한 눈보라를 당산나무 아래에서 피했으므로. 당산나무 아래에서만은 가난하지 않았으므로. 당산나무만 있으면 뒤가 든든했으므로. /문태준;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