罪 파자(破字) 11
나는 죄 많은 사람
눈물로 쓴 참회록엔
하루에도 몇 번씩 죄를 짓고 살았다
법망[罒]은 옳지 않은 일[非] 걸러내지 못했지만
나는 내가 지은 죄를 알고 있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우기며
실실이 피어나는 꽃을 무잡하게 희롱하고
가벼운 혀끝으로 망어(妄語)를 퍼뜨리며
풀잎 위의 이슬을 바람처럼 되작이다
비구름 몰려오는 날 야차(夜叉)가 되기도 했다
/김복근
교황 방한 후 '죄'는 더 무거워졌다. 낮고 아픈 이들에게 온 사랑을 쏟으며 용서와 화해를 전파한 그분의 뒤가 참으로 길다. 그런데 손톱만치도 따르지 못한 채 우리는 또 일상 속의 죄를 짓고 산다. '꽃을 무잡하게 희롱 하'는 것도, '망어를 퍼뜨리'는 것도, 어쩌다 '야차'가 되는 것도, 죄라면 다 죄다.
하지만 소소한 죄야 엎드려 빌면 용서할 수 있는 것, 문제는 큰 죄다. 물어야 할 죄는 태산인데 '내 죄요' 가슴 치는 자 하나 없이 발뺌에만 급급하니 더 막막하다. 나라 망친 큰 죄들을 거르기는커녕 법망이 길을 터줄 때도 많아 또 암담하다. 그때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엎드려 비는 것은 애꿎은 풀들이었던가. /정수자 ;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