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주륵 툭,
주륵 툭,
밑실 끊어지는 소리
빗줄기 가만가만 실눈에 꿰어
그리움 한 겹 덧대는
축축한 날
축축한 속
피복이 벗겨져나간 빗줄기가 닿으면
섬뜩, 감전될 것 같은 저 물 창살
자발적 가택연금에도
바깥이
그립다 /이애자
올처럼 장마를 기다리긴 처음인가 하면 아니다. 몹시 가무는 불볕 여름이면 장마라도 오지, 했던 적이 더러 있었다. 올해는 마른장마로 지나가나 했는데, 빗소리가 퍽 반갑다. 곡식들은 물론 물에 기대 사는 목숨은 다 비를 기다렸다. 폭우만 아니라면 며칠씩 들이닥치는 비의 방문도 기꺼이 맞을 정도다.
'주륵 툭' '밑실 끊어지는 소리'로 시작돼 끝없이 이어지는 장맛비. 처음엔 '실눈에 꿰어 / 그리움'을 덧대던 빗줄기도 곧 기세가 등등해지며 감전이 두려울 정도의 '물창살'로 변하곤 한다. 그래도 큰 피해 없이 안에서 바라보는 장마는 비의 나라 주민이 되어보는 여름날의 경험. 폭설 속의 눈 나라 주민처럼 늘 반복되는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이다.
그 속의 '자발적 가택연금'이라면 길게 즐길 만도 한데, 그래도 '바깥'이 그립단다. 그 바깥이 단순히 '바깥'일 뿐이랴. '일잔' 같은 바깥의 권속도 그리우려니…./정수자 ; 시조시인/그림;김성규/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