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뉴욕 영화
혼자서 영화관에 가는 건 쓸쓸하다. 그러나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쓸쓸함이 덜하다. 모두가 한 화면에 집중하여 다 같이 울고 웃기 때문이다. 진짜 외로운 사람은 따로 있다. 관객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영화를 보지 않는 한 사람, 좌석 안내원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홀로 쓸쓸해진다. 그녀가 바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1939년 작, '뉴욕 영화(New York Movie·사진)'의 주인공이다.
푸른 유니폼에 하이힐을 신은 이 여성은 벽에 기대 서서 생각에 잠겨 있다. 혹은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녀와 객석을 가르는 벽 너머에선 흑백 영화가 한창이건만, 하루 온종일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그녀에게 배우들의 대사는 무의미한 소음이나 다름없다. 그녀는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두 명의 관객과 그 어떤 감정도 공유하지 못한 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관객을 지루하고 무심하게 기다릴 뿐이다.
호퍼는 20세기 전반 미국인의 삶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화가로 손꼽힌다. 그의 그림 속 장소는 대부분 사무실이나 레스토랑, 주유소와 영화관 등 평범한 도시민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오고 가는 곳이다. 그러나 그 안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독하다. 어느 누구도 유쾌하지 않고, 서로에게 다정하지 않으며, 오직 무료한 표정으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대공황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던 시기, 고독과 권태는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리던 도시의 가장 사실적인 표정이었다.
/우정아 : 서양미술사학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