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呼自感一首 示黃莘叟耳叟德吉 공부를 해보니
學問雖在博(학문수재박) 공부는 넓게 하는 것이 좋지만 要以約爲守(요이약위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終日數人錢(종일수인전) 온종일 남의 돈을 세어 본댔자 一文非己有(일문비기유) 한 푼도 내 것이 되지는 않고 沿門持鉢客(연문지발객) 바가지 들고 문전걸식 해봤자 竟未飽其口(경미포기구) 제 배 하나도 채우지 못하지. 游騎戒太遠(유기계태원) 재주있다하여 너무 멀리 나가다간 無成至白首(무성지백수) 이룬 것 없는 백발이 되고 마네. 寄語後來者(기어후래자) 후배들에게 부탁의 말 전하노니 愼勿效此叟(신물효차수) 나 같은 늙은이는 본받지 말라.
18세기의 역사학자 안정복(安鼎福·1712~1791) 선생이 황덕길(黃德吉)에게 주었다. 젊은 학자가 당대의 큰 학자를 찾아와 존경을 표하고 배우기를 청했다. 그동안 공부한 과정을 들어보니 의욕도 있고 장래도 촉망이 되는 젊은이다. 마치 걸신들린 듯이 공부하던 내 젊은 날을 보는 것 같다. 그에게 나이 들어 깨달은 것을 얘기해주고 싶다. 이것저것 펼치지만 말고 좁혀 공부하고, 남의 공부 부러워만 말고 자기 것을 만들며, 그동안 쌓아놓은 자신의 성과를 활용하고, 재능만 믿고 날뛰지 말라. 자칫하면 나처럼 이룬 것 없는 늙은이가 될 것이다. 젊은 학자를 일깨우는 노대가의 충고가 무겁게 느껴진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