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속에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하다. 아카시아 꽃은 이삭 같고, 원뿔 같고, 흰쌀밥 한 덩이 같다. 꽃이 활짝 피어 나무 전체가 전등을 켠 듯 환하다. 아카시아는 벌이 꿀을 빨아 오는 밀원(蜜源)이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카시아 꽃을 따먹던 날이 있었다. 배고픈 때가 많았다. 얼굴에 궁기(窮氣)가 흐르던 때였다. 이 시에도 가난의 기억이 배어 있다. 창백하고 허약한 막내 누이가 아카시아 꽃에 빗대어져 있다. 아카시아 꽃을 보면서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하얗고, 손등에는 정맥이 파르르 내비치던 막내 누이를 간절하게 떠올리고 있다. 이 시를 읽은 후에 아카시아 꽃을 다시 보니 정말 저 꽃 속에는 핏기가 없는 핼쑥한 얼굴이 하나 들어 있다. /문태준 : 시인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