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울지 않는다
오를 수 없는 거대한 산이셨다, 언제나
그 앞에서는 수수깡 걸음이었고, 버찌 눈망울이었다
아버지를 자주 볼 수 없었던 그 옛날, 어렴풋이
비틀어진 자음과 모음에 어린 귀는 길들여져 갔다
양철지붕이 덜컹거릴 때면 가끔 헛기침만 들렸을 뿐
거친 손발로 구공탄을 찍으셨고, 긴 노동의 불꽃으로
소리 없는 통점의 겨울을 온몸으로 견디셨다, 아버지는
스스로 온갖 시름을 녹여 묵묵히 제 뿌리를 지키는
산문에 기대어 그늘 없는 꿈 하나 꾸고 싶었다
푸른 근육을 지닌 가슴으로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은
우리들은 예기치 못한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이미
천금 아래 숨겨진 오랜 인내의 그림자를 보았다
세상의 슬픔들은 이 땅 아버지들의 젖은 등뼈에서
속울음으로 번지는 너털웃음이 된다, 푸근하게 곰삭은
/문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