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
사랑에게 가려면 첩첩(疊疊) 연봉(連峰)을 넘어야 한다. 먼 길을 가야 한다. 단 한 사람에게 가는 사랑의 여정은 만만하지 않다. 게다가 아무리 바삐 가더라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매번 늦은 때가 된다. 산이 우뚝 솟아 있고, 산봉우리를 넘자 또 아득한 길이 있다. 나는 형극의 여로(旅路)를 외롭게 가고 있다. 여러 겹 겹치고 겹쳐 있는 산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지나 나는 너에게로 가고 있다. 마침내 나는 너에게 다다르지만 너는 눈시울이 젖고, 울고 있다. 너무 늦게 이른 것이다. 나는 너에게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울먹이며 말한다. 이 가슴 뭉클한 말은 너의 곁에서 내내 사랑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슬픔이 많은 세상이다. 그러나 당신만 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너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이제 우리 헤어지지 말자. 사랑을 완성하자. /문태준 :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