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렇게도 슬플 수가 있을 까
세상에 밥 먹는 모습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밥 한 숟가락 목구멍에 떠 넣는 일이
때로는 사람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어서
한 끼 밥이 성전이고
종교가 될 수 있어서
2
밥심 보다 더 믿을 만한 힘은 없어
숟가락 들 수 있는 힘만 남아 있어도
거시기를 생각한다는,
남자의 힘도
결국 밥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니
3
애지중지 큰아들, 막내딸, 살던 집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까지
세상 모든 것 다 잊어도
이것만은 잊지 못한다고
치매의 노모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 바쳐서
숟가락을 들고 있다
/이제인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