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조 시대 시인 여와(餘窩) 목만중(睦萬中·1727~1810)이 완전히 꽃에 취해 있다. 천지가 온통 꽃으로 뒤덮여 꽃의 바다 화해(花海)를 이뤘다. 그 바다가 펼쳐진 하루하루를 보낼 때면 꽃에 취해서 정신이 나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꽃 때문이다. 아직 물러가지 않은 한기가 옷깃을 스며도 좋다. 이 봄이 더 깊어가지 말라며 시간의 허리를 꼭 붙잡고 떼쓰고 싶다. 바보 천치라고 비웃어도 좋다. 하나 어제 눈이 온 듯하였던 그 자리에는 비에 촉촉이 젖은 꽃잎이 깔려 있다. 꽃이 핀 그곳에는 한 해도 빠짐없이 갔었다. 그래도 늘 처음 본 것처럼 새롭다. 올해도 꽃의 마법에 걸린 듯 화해를 헤엄쳐 건넌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