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의 시인이자 학자인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9~1392)의 시다. 날이 저물어 가는 저녁은 지팡이를 찾아 짚고 산책하러 나가기 좋은 시간이다. 걸음걸음마다 나를 맞이하는 것은 바쁜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하는 풍경이다. 사방의 산과 졸졸 흐르는 시내가 나를 반긴다. 학은 솔숲의 갈림길에 선 채로 어둠에 묻혀 가고, 저녁 구름은 바위틈에서 피어올라 몸을 오싹하게 한다. 저 정겨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남들은 여유롭다고 하리라.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십 년 세월 동안 뭔가를 이뤄보겠노라고 허둥댔다. 이제는 까마득하게 여겨지는 십 년 세월의 꿈이 있었다. 지팡이에 몸을 싣고서 바라보니 세상사 참으로 허망하다. 도은은 그 허망한 꿈을 이루고자 다시 세상을 나갔고, 정도전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