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가는 길 2

시 두레 2014. 1. 10. 06:27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설산 가는 길 2

 

                    식당에도 여관에도 장마당에도

                    인간의 상품보다는

                    하늘나라 물건이 흔하더군

                    세숫물도 목욕물도

                    신과 짐승과 사람이 함께 쓰더군

                    물건 참 오래 쓰고 곱게 쓰더군

                    만년(萬年) 묵은 눈이

                    아직도

                    새것이더군  /윤제림

 

 

   눈 덮인 이국(異國)의 준봉(峻峰)을 오르는 행렬이 있다. 고도가 높아 하늘에 일층 가깝다. 문명과 이익을 짜게 재는 시장과는 일층 더 멀어졌다. 자고 먹고 사고파는 물품이 모두 천산물이다.

   눈 녹은, 맑은 찬물로 신(神)도 짐승도 사람도 목을 축이고 몸을 씻는다. 한 바가지의 물도 공공의 물건이자 대자연의 선물. 여인들은 밥을 짓고 빨래를 처덕이겠지. 물뿐이겠는가. 우주가 하나의 큰 꽃인 것을.

   설산 마을에서는 내키는 대로 엄벙덤벙 마구 쓰지 않으니 오래되어도 너절하거나 헐지 않았다. '만년(萬年) 묵은 눈'이 '새것'처럼 여전히 깨끗하고 빛나는 순백의 숫눈이다.

   엄동에 설산처럼 인류가 흰 이마 위에 이고 지녀야 할 고고(孤高)하고 신성한 정신을 생각해보노라니 오늘 이 아침이 문득 새롭고 산뜻하다.

    /문태준:시인 /조선일보/사진:/유재일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倚杖(의장) 지팡이 짚고서  (0) 2014.01.12
산일(山日) 2  (0) 2014.01.11
인생  (0) 2014.01.09
인생은 그런 거더라  (0) 2014.01.08
굴비  (0) 2014.01.07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