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식사
찜통에는 송어가 있다,
저민 생강, 파 두 가닥,
그리고 참기름으로 맛을 낸 송어가.
우리는 밥을 곁들여 그 송어를 점심으로 먹을 것이다,
형제들, 누이, 어머니가 함께.
어머니는 머리 부분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맛보실 것이다,
능숙하게 두 손가락 사이에 머리부분을 쥐고서.
아버지가 몇 주일 전에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그리고 아버지는 누우셨지,
눈으로 뒤덮인 길처럼 잠으로 빠져 드시기 위해
자신보다 더 나이든 소나무 사이로 굽이도는 길처럼,
지나가는 행인 하나 없는,
누구도 생각지 않는 쓸쓸한 길처럼. /리영 리(1957~ )장경렬 번역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였다. 집안 내력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그 요리는 한 가족사에 밴 향기와 같다.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솥을 열어본다. '송어'와 '생강' '파 두 가닥'. 솥 안이 자세히 들여다보인다. 전에 없던 일이다. 그리고 아들 딸 모두가 둘러앉은 식탁에서 어머니의 식사 모습도 놓치고 싶지 않아 유심히 본다. 왜, 가족 모임의 사사로운 풍경을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음에 아로새기는 것일까? 바로 '몇 주일 전'에 아버지가 '눈으로 뒤덮인 길'로, '누구도 생각지 않는 쓸쓸한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세모에는 모임이 많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거기 세심하게 둘러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낮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을 헤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람이 차니까.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그림: 김성규/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