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였다. 집안 내력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그 요리는 한 가족사에 밴 향기와 같다.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솥을 열어본다. '송어'와 '생강' '파 두 가닥'. 솥 안이 자세히 들여다보인다. 전에 없던 일이다. 그리고 아들 딸 모두가 둘러앉은 식탁에서 어머니의 식사 모습도 놓치고 싶지 않아 유심히 본다. 왜, 가족 모임의 사사로운 풍경을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음에 아로새기는 것일까? 바로 '몇 주일 전'에 아버지가 '눈으로 뒤덮인 길'로, '누구도 생각지 않는 쓸쓸한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세모에는 모임이 많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거기 세심하게 둘러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낮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을 헤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람이 차니까.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