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행열차를 타고
사리원 강계 지나며 빗금의 눈을 맞는다
북풍의 방풍림은 은빛 자작나무
퇴화된 야성을 찾아 내 오늘 북간도 간다
북풍에 뼈를 말리던 북해의 사람들
결빙의 청진 해안을 박제되어 서성이고
고래도 상처의 포경선도 전설이 되어 떠돌 뿐
다시 나는 가자 지친 북행열차
어딘가 멈춰 설 내 여정의 종착지는
무용총 쌍영총 속의 그 초원과 준마들
갈기 세워 달려가던 고구려여 발해여
수렵의 광기와 야성의 백호를 찾아
꽝꽝 언 두만강 너머 내 오늘 북간도 간다 /이달균
북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하 수상하다. 구한말보다 더 불안하다는 시국인데 한반도 기류는 더 요동이다. 이곳보다 훨씬 추울 저쪽에서는 얼마나 추운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른 지가 언제인데, 우리는 북녘 땅을 여전히 밟지조차 못하는가. 언제쯤 북행 열차 타고 '사리원 강계 지나' 저 북간도를 달려볼까.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러시아 설국 달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푸른 소원이 있었다. '그리운 금강산'도 밟았으니 곧 갈 수 있겠지. 그런데 얼마를 더 기다려야 저 광활한 발해며 고구려 땅을 마음껏 달려볼 것인가. '꽝꽝 언 두만강 너머'를! /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