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하느님
한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를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게만 해 주세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게요.
오직 한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갑니다"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