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은 차고 가을 물소리도 차다. 올려다보면 서걱이는 별의 찬란한 행렬이 이승의 끝이 어디인가 묻고 있다. 수억 광년 저편의 공간을 가로질러 온 빛들. 수억 광년이라니. 그것은 시간의 이름인가? 허무의 이름인가? 아니면 무변(無邊)한 인생의 이름인가?
별은 소리를 내듯, 숨을 쉬듯이 하늘을 빛내는데 우리는 왜 때로 아프게 살아야 하는가 묻는다. 저 찬란한 하늘의 빛들이 때로는 유리 조각의 그것처럼 통증의 무늬로 보이는가. 아프지만 필사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목숨을 내놓고 가야만 하는 길이 있나보다. 가령 '혼례' 같은 것 말이다. 유리 조각을 밟으며 혼례 승낙을 구하러 오는 이 있다니 그것은 세속의 결혼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리라. 대우주에서 짐승을 거쳐 인간으로 내려오는, 기쁨과 슬픔이 반분한 사랑의 향연. 비밀문서처럼 숨어 아름다운 시다.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