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시 두레 2013. 10. 12. 05:16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외딴집

 

                누가 살아서 지붕에 고추를 말리시나

                큰길이 뚫리기 전, 아는 이도 없었을

                흉년 든

                어느 해인가

                그냥 밭에 눌러앉았을

 

                요즘 들어 울담에는 애호박도 보인다

                털다 만 깻단들이 마당에 수북한 날

                “계세요?”

                “누구 계세요?”

                인사라도 하고 싶다

 

               정작 반세기 동안 이웃 없이 살아서

               말문이 닫혔다면 이 가을엔 여시라!

               불임의 먹감나무가

               해거리 끝에

               땡감 달듯이    /홍성운

 

   시월 하늘이 푸르기 짝이 없다. 거기에 빨간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있어 한국의 가을은 더 눈부시다. 빨간 고추를 말리는 지붕이며 마당에서 착실히 익어가는 우리의 가을. 그렇게 순도 높은 햇볕과 바람과 정성으로 말리는 태양초는 말 그대로 한국의 진짜 맛이다. 도회지 아들딸들에게 보내주는 맵싸한 깊이를 지닌 고향의 참맛이다.

 

   그러니 외딴집이라도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리는 지붕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쓸쓸하고 막막한 중에도 누군가에게는 잘 말린 고추를 보내주겠거니 하면, 보는 사람도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러는 동안은 외딴집 지붕도 외롭지 않으리라. 그래서 그냥 인사라도 하고 싶은 날이면, '털다 만 깻단'에서도 고소한 향이 한층 짙어져 가을마당에 널리널리 퍼지리라.     /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있는 힘을 다해  (0) 2013.10.14
아이에게  (0) 2013.10.13
바람의  (0) 2013.10.11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0) 2013.10.10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0) 2013.10.09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