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화석

시 두레 2013. 1. 24. 05:27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쓸쓸한 화석

겨울비 내린 뒤

언 땅 위에 새겨진

어지러운 발자국

발자국 위에 또 발자국

뉘 집 창문 앞일까?

 

결코 놓칠 수 없었던,

끝까지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던,

그러다 끝내

서로에게 스미지 못하고 뒤엉켜버린

순대 같은

아니 식은 떡볶이 같은

저 지독한 사랑의 흔적

 

그 진창의 발자국 속에는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말들이

살얼음처럼 간략하게

그러나 서로를,

힘껏 당기고 있다

밟아봐, 얼음 깨지는 소리, 경쾌하지?

 

둘러봐라,

내 생각엔

이 근처 어딘가에

그들의 무덤이 있다 /이창기

   겨울의 명물 중 하나는 눈 녹은 진창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그게 무슨 명물이냐고?). 날씨가 잠시 풀려서 질척대는 길을 걷는 것은 얼굴 찌푸려지는 일이다. 하나 다시 추위가 몰리면 발자국들이 꽁꽁 얼어 엉켜 있다. 그럴 때 그 흔적들은 예사롭지 않다. 그 '쓸쓸한 화석'은 우리 내면의 자화상과 똑 닮아 있는 것이다(그래서 명물이라고 하면 너무 작위적인가?). 우리 욕망의 무늬가 그렇고, 사랑의 무늬가 그렇고, 이른바 성공의 무늬가 그렇다. 그중 나의 것도 찾아본다. 크고 어지러운 것! 누군가의 발자국을 밟고 있고 또 여기저기 누군가의 것에 짓눌려 있다. 그 '겹침'이 사랑뿐이라면 오죽 좋으랴. '발자국' 뒤꿈치 안에 낀 살얼음, 그것이 우리의 삶을 새긴 비문(碑文)일 것이다. 날이 풀리면 '화석'도 '비문'도 그저 한물건일 뿐이다. 모두 '무덤'으로 간 흔적이라서 아름답다./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神)이란 이름으로서  (0) 2013.01.26
개화(開花)  (0) 2013.01.25
곰국  (0) 2013.01.23
소사 가는 길, 잠시  (0) 2013.01.22
가을에  (0) 2013.01.21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