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예방과 치료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
지난해 12월 30일 ‘신바람 박사’ 황수관씨가 갑자기 타계해 놀라움을 안겨줬다. 평소 건강하고 활달한 모습으로 꾸준히 방송 출연과 강연을 해왔기에 그의 죽음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사인(死因)은 패혈증. 간농양으로 입원했지만 이틀 만에 급성 패혈증으로 숨졌다. 패혈증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이 가능한지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사진) 교수에게 들었다.
- 패혈증은 어떤 병인가.
"세균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병이다. 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번식하면서 전신 감염을 일으킨다. 피가 오염되었다는 뜻에서 패혈증(敗血症)이라고 부른다.
오염된 혈액이 혈관을 타고 돌면서 빠른 시간에 세균과 독소가 온몸에 퍼진다. 죽은피가 장기로가면 장기 손상을 일으키고 결국 심장이 멈추게 된다.
상처 난 피부로 감염되기도 하고 대장·위에 있던 세균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호흡을 통해 균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정맥 주사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 황수관 박사가 걸린 간농양은 어떤 질병인가.
“말 그대로 간에 고름이 차는 병이다. 주로 대장 쪽의 세균이 간으로 들어오면서 고름이 생긴다. 이쪽에서 오염된 혈액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여러 장기를 급격히 손상시킨다. 황 박사가 앓은 간농양의 원인 세균은 증세가 급격히 나빠지는 타입이라고 한다.”
- 패혈증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세균에 감염되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오한과 고열이다. 호흡도 빨라지고 약해진다. 급성인 경우는 의식도 가물가물하다. 동시에 저혈압까지 동반할경우 패혈성 쇼크가 나타난다.
뇌·심장·폐·간·신장 등 중요한 장기들의 기능이 갑자기 저하된다. 혈소판 수치도 떨어져 위나 폐, 뇌 등에서 출혈이 생긴다.”
- 감기와 헷갈릴 수 있겠다.
“그렇다. 황수관 박사의 경우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지만 1~2주 전부터 열이 나고 몸이 떨리는 등의 감기 비슷한 증상을 느꼈을 것이다. 증상을 가볍게 여겼을 수도 있다. 간농양이었으니 오른쪽 옆구리 부위가 묵직하게 아픈 증상도 있었을 것이다.”
- 각 부위 패혈증 증상은.
“만약 피부를 통해 균이 들어오면 균이 자리 잡은 부위를 중심으로 붉은 반점이 나타나고 통증이 심해진다.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 등에 찔린 뒤 비브리오균등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요로감염의 경우 콩팥에 염증이 생긴 경우다. 열이 나면서 양 옆구리 또는 한쪽 옆구리가 아프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생긴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것도 특징이다.
폐렴은 호흡기를 통해 균에 감염된 경우인데 기침, 가래가 심하고 열이 난다. 그 밖에 간농양을 포함한 장염·당남염·복막염 등은 복부감염인데, 모두 열이 나면서 배가 아프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는 노인에게서, 건강한 사람보다는 당뇨병·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발병률이 높다.
류머티즘이나 루프스 등의 자가 면역질환이 있어도 고위험군이다. 장기이식으로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 암환자 등도 주의해야 한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우선 쇼크에 빠졌다면 수액과 혈압을 올리는 약을 투여한다. 폐 호흡력도 떨어지므로 인공호흡기를 달 수도 있다. 다음으로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의사의 경험이 많이 좌우한다.
감염 부위에 따라 잘 듣는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또 감염된 부위를 제거할 필요가 있으면 수술이나 시술로 제거한다. 합병증으로 급성신부전증(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생기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임시로 투석을 해야 할 수 있다.
오염된 혈액이 빠른 시간 안에 전신을 돌며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치료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급속히 악화돼 사망할 수 있다.
중증 패혈증의 사망률은 30% 내외이고 호흡곤란증후군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는 70~80%까지도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초기 신속한 치료가 환자의 생사를 가른다.
환자의 생체징후(혈압·맥박·호흡 등)가 안정될 때까지 중환자실에서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며 치료해야 하고, 처음부터 합병증 없이 약에 잘 반응할 경우 2주 정도 항생제 치료를 하면 괜찮아진다.”
- 예방법을 알려달라.
“우선 감염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면역력을 얻기 위해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A형간염·파상풍·폐렴구균 등에 대한 백신을 맞으면 이들 균에 대한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
손씻기, 위생적인 음식물 조리 등 개인 위생관리도 잘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며 잘 관리해야 한다.
기초 면역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면역체계가 튼튼해진다. 주5회, 하루 30분 이상 조금 힘든 정도(노래는 못 부르지만 옆 사람과 얘기할 정도)로 운동을 하면 면역력이 올라간다.
또 영양소가 골고루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주범이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