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가 많아 매봉인가 매가 되어 매봉인가
매가 앉는 바위인가 꿩이 숨는 바위인가
기상 닦아 호령하고 한숨 실어 날리거라
동네 방네 다돌아도 매봉 꼭지 못속이네
이집 저집 살림살이 내손 바닥 손금일세
꼭지 바위 지켜보니 동네 인심 넘쳐나네
바라 보면 동해바다 비껴 보면 황금들판
뒤로 솟은 사깟봉이 구름 갓을 벗으려네
풍년 빌은 기우제가 비도 주고 볓도주네
매눈 보다 밝은내눈 닭도 보고 소도보네
작은 댁은 고추널고 우리 집은 절구찟네
홰친 닭이 우는소리 뉘집 일까 귀기우네
철길 따라 오는기차 연기 속에 개미걸음
철교 건너 강터고개 미끄 러저 내려오네
우리 고모 오실때다 마중 나갈 차비하자
동무 들아 내려가자 우리 고모 섭섭할라
아름 주어 엽착가득 우리 엄마 이가히네
매봉 위에 바위가득 가슴 속에 하늘가득
연대 봉에 반무지개 희역 섬에 파도지네
솔섬 끝에 가자미배 제방 끝에 밀려오네
수평 선위 화륜선아 매봉 바위 보이느냐
물을 막아 염성인가 강을 껴서 염성인가
물을 둘러 성을치고 산을 뫃아 병풍첬네
내가 나고 내가묻힐 우리 조상 집터일세
덕주꼴
‘덕주꼴’은 우리 집 섶 갓이 있고, 우리 증조부모 산소가 자리한 곳이므로 반드시 일 년에 두 번은 가야되는 곳이다. 거기에 딸린 작은 밭뙈기에는 늘 산나물이 자라고 있어서 어머니의 한 섞인 타령이 흘러나는 곳이다. 집에서 한 십리 남짓한 곳을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비로써 산발치 끝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는 새 골짝으로 접어드는 우마차길이 바닷가 신작로에서 잇달라 올라오는데, 이 길로 들어서서 다시 산허리께 올라서야 우마차 길이 끝난다. 여기부터 시작되는 오솔길은 비탈을 거듭한다. 나무 가지를 잡고, 튀어나온 나무뿌리를 디뎌야 올라갈 수 있는 곳도 두어 곳이 있다. 샘도 만나고 산딸기도 훑어가는, 우리집식구 만이 다니는 우리길이다.
어린 나에게도 산행은 마냥 즐겁고 신났다. 어머니와 둘이서, 때론 아버지와 둘이서, 성묘할 때를 빼고는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엇바뀌었지만 나는 그때마다 빠짐없이 따라붙어 외롭지 않게 산에 오르도록 도왔다.
생각해보면, 멀고 험한 비탈길을 홀로 보낼 수 없었든 서로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를 붙여 보냈던 것 같다. 섶 갓에서 나무 짐을 지고 내려오실 때 혹시 무슨 일 이라도 일어나면 그 일을 내가 집에 알려야하는 책무였을 것이다. 어머니는 산중에서 홀로 신음하는 아버지를 상상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혹시라도 뱀에 물려 홀로 길가에서 허둥댈 어머니를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뜀박질해서 집에 알리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은연중 흐뭇했을 것이다. 얼마나 대견했을까? 또 얼마나 기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