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9.010101 인사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오 년 전에 생각하여 새겨놓은 부전 목록에 ‘교감 선생의 인사’ 는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교감선생이 누구이며 무슨 말을 언제 어디에서 했는지를 도무지 기억할 수 없다. 분명 그 때에는 무슨 생각이 있어서 적어놓았을 게다. 그 때에 아무런 내용을 몰랐으면서도 적어놓지는 않았을 터인데, 아무 곡절 없는 데 토를 달아서 무슨 짓을 할양이었는지 그것이라도 생각나야 할 텐데 그것도 모르겠다.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이것이 치매인가. 무섭다.
겁(怯)은 이제이고 이제는 겁인걸. 영원을 살아야 할 영(靈)은 끊기고 머문 육신에서 무엇을 찾으려하나. 하늘은 여기이고 이곳이 하늘인걸. 나서서 스며야 할 곳(在)은 얽히고 미치는 심령들은 홀연히 사라지네. 망각은 영원하고 기억은 순간인걸. 되살아야 할 모든 것 때(時)있으니 몸부림,끓는 가슴에 얹고 잠재우네. 기는 빠져도 난데,내가 숨은 쉬느니 기다리는 것 내 모습의 원형 이어라. 저무는 곳 주저 없이 숨어들으리라 내가 걸친 것 허물이니 벗어 버린들 내 났으니 내 있을곳 어디든 있을터 차라리 영겁의 세월 속에 담으리라
기가 막히는 일이다. 다시 생각해본다. 산다는 것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헌데 생각을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점유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 안에 우주를 끌어들이고 우주 속에 내가 박혀서 있는 이 삶을 생각하고 느끼지를 못 한다.
이미 이곳을 떠난 영의 세계에서, 우리 오감이 아니라 인간의 지력을 떠나, 활동한다고 한다면 이쪽의 세계를 접어야하는 때가 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교감선생의 인사’도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친히 만나보며 그쪽의 삶이 누려질 것이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