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오 년 전에 생각하여 새겨놓은 부전 목록에 ‘교감선생의 인사’는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교감선생이 누구이며 무슨 말을 언제 어디에서 했는지를 도무지 기억할 수 없다. 그때부터 이런 내용을 몰랐으면서도 아무 곡절 없는 이런 토를 달아서 무슨 짓을 할 양이었는지 그것이라도 생각나야 할 텐데 그것도 모르겠고,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이것이 치매인가. 무섭다.
겁 怯은 이제이고 이제는 겁 劫인걸. 영원을 살아야 할 영 靈은 끊기고 머무른 육신에서 무엇을 찾으려나.
하늘은 여기이고 이곳이 하늘인걸. 나서서 스며야 할 곳 在는 얽히고 미치는 심령들은 홀연히 사라지네.
망각은 영원하고 기억은 순간인걸. 되살아야 할 모두는 때 時 있으니 몸부림 끊는 애가 숨 얹고 잠재우네.
기는 빠져도 내고, 내가 숨 쉬느니 기다리는 곳 내 모습 원형 있을 터 저무는 곳 마다치 않고 숨어 들으리
걸친 것 죄다 허물이니 벗어버린들 내가 났으니 내 있을 곳 어디든지 영겁의 세월 속에 차라리 담으리라
기가 막히는 일이다. 다시 생각해 본다. 산다는 것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한데 생각을 못 한다면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점유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 안에 우주를 끌어들이고 우주 속에 내가 박혀서 있는 이 삶을 생각하고 느끼지를 못한다.
이미 이곳을 떠난 영의 세계에서, 우리 오감이 아니라 인간의 지력을 떠나, 활동한다고 한다면 이쪽의 세계를 접어야 하는 때가 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교감선생의 인사’도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친히 만나보며 그쪽의 삶을 누릴 것이다. /외통-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