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문 나온 노란 병아리 떼 보란 듯
벼슬 무게로 쪼아 대는 어미 닭 보려,
나는 어머니 치마폭을 거듭 당겼건만,
이제 달개비꽃이 어머니 치마폭 되네.
심줄, 튀어나온 손에 뽑혀 눕힌 풀을,
감자포기, 왜 뽑으시느냐고 물었건만,
이젠 여름철, 들길 가의 소담히 자란,
능쟁이풀꽃이, 할머니 흰머리로 뵈네.
여름 한철 텃밭 언저리에서 주섬주섬,
풀잎 따다 무쳐주신 싱그런 나물 향,
힘겨운 하루살이 건강의 들길 걸음에,
길가의 비름이 옛집 두엄 향 풍기네.
철길 언덕 봄날에 아지랑이 파울 때,
고사리손에 잡힌 꽃,‘스미래’였는데,
이제는 진남색들인 우리의 제비꽃이,
내 어릴 적 여선생님 이름이 되었네.
저녁연기 자욱이 초가집에 머물 때,
강변의 자갈밭이 노랗게 보이더니,
마침내 우리 집에 등불이 켜졌건만,
달맞이꽃 나를 꿈길로만 데려가네.
친구 집 지나며 가녀린 꽃을 보면,
무지개 타고 불러보는 집이었지만,
이젠 하늘하늘 코스모스꽃을 보면,
마냥 꿈속의 ‘하루꼬春子’만 뵈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