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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을 너무 서두르지 마라

산에 오르는 것을 생각해보자. 걷기 시작해서 얼마 동안은 경치의 변화가 거의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르면 최초의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지 짐작도 잘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서둘러 걸어서는 안 된다. 자기 페이스를 잃으면 쉽게 지쳐버리게 될 뿐이다. 그러니 묵묵히 걷기만 하라. 그럴 때 무엇이 힘이 될까? 시간이다.

한 시간이면 한 시간이라고 정하고 천천히 계속 걸어 올라간다. 한 시간이 되면 쉰다. 자신이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잘 모르더라도 한 시간은 지난 것이다.

이런 패턴을 되풀이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정상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지극히 복잡하거나 불리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조금 지체하거나 주춤거리더라도 결과는 똑같다.

중요한 것은 흐르는 시간에 자신의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빠르거나 늦는 것은 관계없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하자.

지도를 들여다봐도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하자. 그래도 좋지 않은가? 앞으로 가고 있는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해도 그게 대수이겠는가?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갑자기 경치가 확 바뀐다. 주변의 능선이 자기 눈높이와 같아지거나 시야가 탁 트이기도 한다.

어두웠던 숲속이 밝아지고 암벽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한 변화는 사실 오래전부터 천천히 나타나고 있었으나 한순간 갑자기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높은 데까지 왔단 말인가?’ 기운이 난다. 이렇게 생각될 때 거기서부터는 점차 경사가 급해진다. 한발 한발 더 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기쁨이 샘솟고 주변을 넉넉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면 20대는 아직 산자락을 걷고 있는 게 아닐까? 시계도 넓고 길도 꾸불꾸불하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확실히 모른다. 게다가 자신의 페이스도 파악하지 못하고 아무리 걸어도 산을 오른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산자락의 숲을 통과하지 못하면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숲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30대는 거의 자신의 위치를 알기 시작하는 시기다. 아직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미로 같은 숲은 통과한 듯한 느낌이 든다. 등산길은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어딘가 마음속에서 용기가 솟을 때도 있다.

나는 지금 능선이 보이는 곳까지 와 있다. 여기서부터 오르기는 좀 힘들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고 자신을 격려할 수 있다. 그러나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한시라도 빨리 이 배낭을 내려놓고 기지개라도 켜고 싶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면 그것으로 끝일까? 아니다. 준비해간 주먹밥이라도 하나 먹고 보온병의 뜨거운 차를 한잔 마신 후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오를 때는 보이지 않던 아기자기한 경치가 보일 것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도 오르는 데 시간을 뺏길까 봐 그냥 지나쳤던 곳에서 천천히 쉬어가면서 내려온다. 그렇게 여유가 있게 산에서 내려오며 경치를 즐긴다. 하산하면서 정상으로 오르려는 젊은이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지친 얼굴로 물어올지도 모른다.

“정상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나는 대답한다.

“천천히 가다 보면 정상을 만나게 될 겁니다”

당당하게 살아라,

/히로카네 겐시 지음, -김세환 옮김, 고도 중에서-홍주봉- 홈에서 발췌했습니다 -문학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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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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