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원해서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 마냥 얽매여 있으려는 남편에 대한 연민이 목구멍으로 뜨겁게 치받쳤다.
그녀는 세월의 때가 낀 고가구를 어루만지듯이 남편 정강이의 모기 물린 자국을 가만가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박완서의 <너무나 쓸쓸한 당신> 중에서-
<해설 / 문학평론가 정호웅>
사람 관계에서 ´몸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 주는 박완서(1931-)의 작품입니다. 남처럼 살아온 노부부 사이의 묵은 오해와 미움이 이 어루만짐을 통해 봄 눈 녹듯 풀리게 될 테지요. ´감각의 해방´을 앞세우는 요즘 젊은 세대 소설의 ´몸´ 주제와는 무관한 ´몸의 철학´인 셈이지요. 험한 길을 걸어 노년에 이른 한 사내의 고단한 평생에 대한 성실한 이해가 이점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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