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님! 죄뿐인 몸, 그것도 부족하여 한 짐 더 큰 죄를 보태며 한스러운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신앙에 사랑이 젖처럼 엉기지 않으면 그는 ´불필요한 신앙´일 뿐˝이라는 평범한 이 교리를 이 시간, 제 죄과 안에서 되씹어 끌어안으며 사랑하는 어머님께 그리고 참으로 고마우신 모든 어머님과 수녀님들께 큰 절로 ˝떠남의 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긴말보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라는 단 한마디 말씀으로 함축시켜 제 심정을 표현하렵니다.
오래지 않아 제 목에 밧줄이 걸리겠으나 지금 제 마음이 이렇게 행복감으로 충만한 것은 경이로운 믿음과 부활로 엉킨 단 하나의 희망이 아니겠는지요!
사랑하는 어머님, 어머님들의 그 끈끈한 사랑의 젖줄이 삶의 타래가 되어 어렵게나마 저는 지금 이렇게 주님 대전으로 나가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유별나게도 못돼먹은 제 성격 탓으로 그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걱정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리며 용서를 빕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어머님들, 그리고 수녀님, 신부님들의 사랑 안에서 고맙게 자라 나왔다는 사실을 거듭 인식하며 큰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적어도 참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겐 결코 죽음이 영원할 수 없다는 믿음이 우리의 삶 안에서 살아 있어야 하리라는 마음이 큽니다. 따라서 저는 짧게나마 제 영혼이 사용하고 남은 빈 육체를 아무 미련 없이 쓰레기로 남긴 채 제 영혼은 완전한 해방의 나래를 펴고 처음으로 돌아가 영원한 행복 속에서 사랑 하올 어머님들과. 그리고 수녀님, 신부님들을 위해 끊임없는 사랑으로 살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제게 있어서 ˝최대의 승리의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처럼 나무 십자가 위에 달리는 ˝극도의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파렴치한 사형수가 죽음을 앞두고 주님의 돌아가심을 좀 더 가깝게 피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이 모든 은총의 혜택을 제게 허락하신 까닭은 제 믿음을 ˝보다 나은 영광´˝을 낳게 하기 위한 주님의 섭리라고 믿어 의심치 아니하며 하직의 인사를 마칩니다. 부디 천수를 누리시다 영원의 나라에서 영원한 사랑의 근원이신 주님 대전에서 서로 만나 그 끈끈한 사랑을 나눌 때까지 영복을 누리옵소서.
/권현집(베드로) (1941-1990)
★ 이 글은 권베드로님이 사형집행이 이루어지기 바로 직전(약 20분 전에) 양해를 구하고 종이를 받아 자기와 인연을 맺었던 교도소후원회 어머님들과 신부님, 수녀님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남긴 글입니다. (이해인 수녀님 방에서 퍼온 글임) /시마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