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를 선물 받습니다.
누구에게서 받고 나중에 갚아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흐르고 있습니다.
세상에 명확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흐릿하게 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오리무중입니다.
내가 나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어두운 밤이 곧 오기 때문입니다.
그런, 숙명적인 기다림 같은 것이겠지요.
쓸모없은 대낮이라도
그곳에 서서 밝게 비추어 주고 싶은
가로등 같은 마음에서입니다.
건방지고 오만한 나를 버리기 위해
그늘 속으로 걸어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늘 속에서
빛을 그리워하며 바라보는
그런 마음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낮은 담을 가진,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고 누구든 쉬었다 갈 수 있는,
난
내가 그런 사람이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 인가부터 그런 마음보다는
담장을 부술까 연연해서 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모든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는,
조금 더 높이 쌓으려는 불쌍한 자화상을 보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숨이 가쁘게 살아온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어딘가의 빈 의자 하나를 찾아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처음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을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을 알았던 그런 때에도,
누군가 내게 잠시의 휴식이라 생각하란 말 했을 때도,
단 한 번도 여유로운 휴식을 가져 본 적 없었던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이 나를 꺾으려 할 때
나는
나의 나이테를 보여 주고 싶습니다.
아직은
이만큼이라고.
아직은
이만큼 밖에는 아니라고.
정말
이젠 잠시 쉬고 싶습니다.
신발을 깨끗이 씻어서 말려 두고서.
휴식이 끝나면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을 이끌며 살 수 있는 그런 나이기를 소망합니다.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또 그렇게
내일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나서
내 몸은 지치고 힘에 겨울지라도
내 영혼은 밝고 맑아지기를,
오늘도
또 하루를 선물을 받은 기쁨에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그렇게 살겠습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