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 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고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까.
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자국)엔 물 끼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입 (배) 베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꾸기 목청처럼, 맺힌 피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 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질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