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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자분(心上自分)



몸은 일이 없는데 마음이 자꾸 분답하다. 작은 일에도 생각이 들끓어 쉬 가라앉지 않는다. 벽에 써붙여 둔 주자의 ‘반일정좌(半日靜坐), 반일독서(半日讀書)’의 구절이 부끄럽다. 추사가 벗 초의 스님에게 써준 ‘정게(靜偈)’가 생각나 읽어본다.

“네 마음 고요할 땐 저자라도 산과 같고, 네 마음 들렐 때는 산이어도 저자일세. 다만 마음 그 속에서, 저자와 산 나뉜다네. (중략) 너 말하길 성과 저자, 산속만은 못하다고. 산속에서 들렐 제면 또한 장차 어찌하나. 저자 안에 있더라도 산속이라 여기시게. 푸른 솔은 왼편 있고, 흰 구름이 피어나리.(儞心靜時, 雖闤亦山. 儞心鬧時, 雖山亦闤. 只於心上, 闤山自分. 儞言闤闠, 不如山中. 山中鬧時, 又將何從. 儞處闤闠, 作山中觀. 靑松在左, 白雲起前.)”

내 마음이 잔잔하면 복잡한 도시에 있더라도 산속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려 움직이면 깊은 산중에 있어도 저잣거리에 있는 것보다 시끄럽게 된다. 그러니까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어떤 마음을 지녔느냐가 중요하다. “여보게, 초의! 자네는 잠깐 속세에 머물면서도 자꾸 산속 타령만 하는군 그래. 그러다가 정작 산속에서 마음이 흔들려 이곳 생각이 나면 어찌 하시려는가? 여기가 산이려니 여기시게. 그러면 문득 푸른 솔바람 소리가 옆에서 들려오고, 흰 구름이 앞에서 뭉게뭉게 피어날 걸세. 그 가겠단 말 좀 그만 하시게나.”

이렇게 읽고 보니, 이 글이 상경한 초의가 자꾸 산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추사가 그를 가지 못하게 붙드느라고 건넨 글인 줄을 알겠다. “머문 지도 오래되었으니 나 이제 그만 산으로 가볼라오.” “자꾸 산 타령만 하는 걸 보니 우리 스님 도력이 아직 높지 않으신 게로군. 그렇게 도를 닦고도 처소에 따라 마음이 왔다 갔다 하신다는 겐가? 딴소리 말고 더 계시다 가시게. 솔바람 흰 구름 데리고 더 있다 가시게. 이렇게는 못 가시네.”

두 사람은 1815년에 초의가 수락산 학림암에 머물 때 처음 만났다. 이후 평생을 이렇게 글과 차로 오가며 투덕거리며 지냈다. 가겠다는 초의를 붙드느라 쓴 추사의 글이 오늘따라 더 달고 고맙다. 나는 좀 더 고요하고 묵직해져야겠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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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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