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환주인(頻喚主人)
이종수 교수가 번역해 출간한 월봉(月峯) 책헌(策憲·1623~?) 스님의 ‘월봉집(月峯集)’을 읽는데, 주인공(主人公)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주인공은 원래 불가에서 자신의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내 몸의 주인공이 못 되면, 육체의 욕망에 끌려다니는 허깨비 인생이 되고 만다. 사람은 마음 간수를 잘해야 한다.
‘응 판사에게 보임(示膺判事)’은 이렇다. “스님께서 불법에 투철하지 못하다면, 정좌하여 자주자주 주인공을 부르시오. 면목이 분명하여 해와 달과 같아져야, 육문(六門)이 늘 드러나 몸 떠나지 않으리니(尊師若未透玄津, 靜坐頻頻喚主人. 面目分明如日月, 六門常現不離身).” 시의 뜻은 이렇다. “스님! 깨달음의 한 소식을 얻고 싶으신 게로구려. 그러면 참선 정좌하며 내 안의 주인공을 불러 대면하시오. 이 뭣인고, 이 뭣인고? 그의 진면목이 해 달처럼 또렷하게 드러날 때까지 참구하시오. 그러면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바탕을 이루는 여섯 문이 활짝 열려 몸뚱이가 주인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일이 없게 될 게요.”
‘성스님의 물음에 답함(答性師問)’에도 주인공이 나온다. “우리 스님 공부 질문 기쁘다 할 만하니, 때에 맞게 자주자주 주인공을 부르시게. 옷 입고 밥 먹으며 경행(經行)하는 곳에서도, 부지런히 회광반조 수행을 다하시게(可喜吾師問做工, 時中頻喚主人公. 着衣喫飯經行處, 密密回光返照窮).” 제자 스님이 공부 방법에 대해 묻는다. 그 대답으로 월봉 스님은 틈날 때마다 자주 주인공을 소환할 것을 말했다. 틈틈이 주인공을 불러내라는 말은 내 마음과 정면으로 맞서라는 얘기다. “밥 먹고 옷 입고, 경행(經行), 즉 좌선으로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화두를 들고 걸을 때도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수행을 놓아서는 안 되네. 내가 없이는 깨달음도 없지. 주인공을 놓치면 절대로 안 되네. 내가 내 마음의 참주인이 되어야지.”
회광반조는 빛을 돌려 되돌아 비춘다는 뜻이니, 참나를 엉뚱한 딴 데 가서 찾으려 들지 말고, 내면을 돌이켜 자성(自性)을 직시하라는 뜻이다. 세상에는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사람들 천지다. 나의 주인공은 어디에 있나?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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