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 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송찬호
한 사나이가 홀로 살고 있다. 화분도 몇 있고 마당엔 푸성귀가 자란다. 더불어 고요한 짐승인 고양이도 한 마리 벗 삼아 기른다. 그 고양이는 애초엔 떠돌이였으나 이 집의 고독이 좋아 얼마 전부터 이 집에 정 붙여 사는 듯하다. 고양이는 경계선의 짐승이라던가? 야생과 집 사이의 동물. 즉, 시인의 심리로 사는 짐승.
고양이는 야행성이므로 이 고양이가 돌아온 이 집은 이제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집이다. 육체는 죽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시간. 여기서부터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다. 홀로 사는 이의 고독이어도 좋고 고립을 자처하여 독립을 이룬 정신의 표상이라고 해도 좋다.
이 사나이가 기르는 또 한 가지 아름다운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달이다. 오늘 고독의 양식은 '희고 둥근' 달이다. 마음은 달을 핥는다. 다섯 개의 달이 반짝인다. 각각의 눈동자 속 달과 하늘의 그것. 고독과 침묵의 낮고 청빈한 대화가 쌉싸름하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