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천국이다
일본의 한 선승에게 어느날 권세 있는 무사가 찾아왔다.
“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가르쳐 주십시오.”
노승은 퍽이나 마땅찮은 표정으로 답했다.
“ 말해 줄 수야 있네만,
자네에게 그것을 이해할만 한 머리가 있는지 모르겠네.”
무사는 애써 분을 삭이며 말했다.
“ 무례하오.
당신이 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고 있소?”
목소리에 노여움이 묻어났지만
노승은 깔보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 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
자네는 어리석어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지만.”
무사는 분에 못 이겨 몸을 떨었다.
그럴수록 노승은 한층 더 놀리는 투로 말했다.
“ 허리춤에 찬 것은 검이라 부르는 물건인가?
음식을 자르는 칼처럼 보잘것 없어 보이는군.”
“ 뭣이라!”
무사에게 그 이상의 모욕은 없었다.
당장 칼을 뽑아 목을 칠 기세로 검을 잡는 순간,
노승이 말했다.
“ 그게 지옥이라네.”
무사의 얼굴에 깨달음이 스쳤다.
'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마음이 곧 지옥이로다.'
무사가 조용히 칼집에 칼을 꽂자 노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
“ 그게 바로 천국일세.”/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