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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구비(耳.目.口.鼻)
이목구비(耳.目.口.鼻)의 신기한 배치,상생의 길을 찾기
몸의 지체들이 반상회를 열었다. 구성원은, 이목구비수족(耳目口鼻手足) 등 여섯이었다. 서로 돕고 사는 세상에, 남에게 도움은 주지 않고 도움만 받는 지체가 있다는 여론이 있으니 가려서 시정하자는 안건이었다. 지체들은 평소의 소임에 따라 부르기 알맞은 이름을 정하여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귀[耳]를 청각도령이라 하고 눈[目]은 시각낭자라 했다. 입[口]은 모성애라 했고 코[鼻]는 후각청년이라 했다.
손[手]을 구세주라 했고, 발[足]을 주유천하라 했으니,
저마다 새 이름에 만족해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진행은 순서에 따라 청각도령이 처음 발언자였다.
청각도령은 사나이답게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나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어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어느 곳에나 부지런히 귀를 기우려 정보를 알립니다. 복잡한 세상에 정보를 속속들이 알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중대한 일입니까? 정보를 알므로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도록 합니다. 아무런 대가없이 노력하는 나의 공이야말로 위대하다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지체 중에는 놀고먹는 백수가 있습니다. 이름만 사랑을 나눈다는 모성애가 바로 그 존재입니다. 말은 청산유수로 잘도 하여 얄밉기 그지없습니다. 말만 앞세우지 말고 서로 돕고 사는데 정성을 기우렸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의 발언자는 시각낭자였다. 낭자는 양순한 규수답게 조용히 말했다. “청각도령의 말에 일리는 있으나 내 소임에 비기면 어림없는 일입니다. 옛 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귀로만 듣고 전달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고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모성애의 처사에는 청각도령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하는 일도 없이 먹어 대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보이면, 보는 대로 달라고 보채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모성애의 정신을 살려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후각청년이 일어섰다. 흥분된 감정으로 말했다. “청각도령과 시각낭자는 자기들 자랑만 일삼는데 그러면 안 되지요. 세상은 자꾸만 변하는데, 청각과 시각만으로는 세상을 살기 어렵지요. 후각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끊임없는 공해, 다양한 약물중독 등 인체에 해롭거나 이로운 것들을 식별하는 일을 상기하면 후각만큼 중대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후각은 건강지킴이라 말할 수 있어요. 반면에 모성애는 그 타고난 이름만큼 어머니의 사랑은 어느 곳에 밀쳐놓고, 먹는 데만 집착하니 나도 규탄합니다.”
다음으로 구세주가 벌떡 일어났다. “여러분의 주장에도 의미는 있으나 편견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설쳐대도 내 사랑의 손길이 없으면 제 역할을 못합니다. 무슨 일이든 손놀림이 없으면 허공에 뜬 구름에 불과합니다. 모성애의 처사를 보면 내 역할을 실감할 것입니다. 모성애는 내가 죽도록 일하는데도 이것 달라 저것 달라 요구조건이 너무나 많습니다. 때로는 마지못해 일하면서도 지치도록 힘겨워 죽을 지경입니다. 제발 모성애는 자중하고 어머니의 사랑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침울하게 기다리던 주유천하(周遊天下)가 입을 열었다. “여러 친구들의 주장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지적인 입장에서 항상 겸손해 하면서 자기 자랑이나 교만을 떨지 말고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세상을 떠돌면서 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합니다. 나도 모성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자꾸만 먹어대니까 몸이 무겁게 되고, 그 무거운 몸으로 여러 곳을 다니자니 다리가 퉁퉁 붓고 죽을 지경입니다. 제발 모성애는 자중하기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일랑 보지 말고 냄새도 맡지 말며 입에 갖다 대지도 마시오.”
결국 다섯 벗은 모두가 모성애를 성토하고 나섰다. 그 뒤 모성애는 일손을 놓았다.
사흘이 지났다. 구세주(손)와 주유천하(발)는 후들후들 떨렸고, 시각낭자(눈)도 가물가물 보이지 않았다. 청각도령(귀)도 콱 막혀 들리지 않았고, 후각청년(코)도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다.
모두 다 제 역할을 못하게 되었다.모성애(입)가 조용히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다 죽습니다. 내가 나만을 위하여 먹습니까? 다 여러분과 같이 살자고 먹습니다. 먹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때때로 입술을 깨물고 혀도 깨물어 피가 흐르고 몹시 아픕니다. 나는 깨달았습니다. 우리 지체들이 남의 일에 간섭 말고,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는 것만이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길아 아닐까요?”
이 세상의 생명들은 모두 그 존재가치가 있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도 따지고 보면 그 생명의 존재가치가 있고, 천년을 산다는 학도 그 오랜 세월을 살면서 세상을 이롭게 한다.
저마다 살아가면서 역할분담이 있는데 편견 때문에 혼란이 온다. 자기만을 내세울 일이 아니라 서로 상대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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