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겪었으리라. 유아원·유치원부터 초·중·고·대, 심지어 이즈음은 대학원까지 새 학교에 들어간다. 그동안의 익숙했던 세계를 과감하게 떨치고 나서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시간이면서 어색함과 두려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것은 어쩌면 우리 생애 중 앓아야 하는 하나의 계절 이름인지도 모른다. 익숙했던 '날개'는 '슬픔의 발가락'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 '가라앉고', 봄은 '목발' 차림으로 온다. '명절 저녁 약국의 깊은 잠'은 얼마나 처량하고 무기력한가. 많이 아파 본 사람일수록 그 '깊은 잠'의 표정을 실감하리라. 그럼에도 '꽃은 온다'. 피가 도약하니 '신발이 얇아진다'. 만물이 생동하니 심지어 '돌멩이'까지 분주하다. 그리하여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찬란한 아침이 된다. 우리네 사랑 또한 늘 그런 식으로 소생하지 않던가!/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