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명상
해넘이에 긴 그림자 끌고 바람 산책 나왔다.
솔밭 구릉에서 내려다보는 동네 풍경은 경이롭다.
저기 오랜 당산느티나무가 거느린 길과 집들
나도 높은 가지에 둥지 틀고 밤낮 움츠렸던가!
지난겨울 모진 삭풍에 마를 길이 좀 더 휘었다.
숲에 안기면 세상 모든 그림자 사라진다.
솔방울 귀에 달고 고요히 명상하는 소나무들
집과 무덤의 거리는 가치걸음 몇 발자국이다.
오늘도 동네 한 바퀴 돌아와 여기 퍼질러 앉으니
바깥소식이 손바닥 안에 환히 들이비친다.
/장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