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장작불에 끓여서 택배로 온 사골국물
몇 번씩 우려내느라 어머니 병 앓았을
분주한 시간의 뒤꼍에
우두커니 버려져서
상한 국물 버리는데 끌끌끌 혀를 차듯
하수도를 맴돌다 죄 빠져나간다.
뼈 구멍 숭숭 뚫리도록
또 당신의 등골 뺀 밤
한 사발의 곰국이 젖이 되고 꽃이 되길
주문처럼 되뇌었을 기도소리 들려온다.
멀겋게 더 우릴 것 없는
진기 다 빨린 어머니 /선안영
곰국 하면 어쩐지 곰이 떠오른다. 곰국이 어머니의 국물만 같은 데다 겨울 보양식으로 최고라는 속설(俗說) 때문인가. 그 유래가 '곰탕'이든 '곤 국'이든, 동굴에서 오래 참아 사람이 된 곰처럼 푹 고아낸 국물 힘이 센 것도 이유겠다. 그러고 보면 뜨거운 국물을 특히 즐기는 한국인에게는 곰국이야말로 은근의 맛이자 끈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장작불로 끓인 어머니표 곰국. 뽀얀 국물을 우려내기까지 정성과 시간과 '주문'을 얼마나 들였을까. 알지만 바쁜 자식들은 '택배로 온 사골국물'도 하수구에 버리기 일쑤다. 그렇듯 '끌끌끌'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다시 본다. '뼈 구멍 숭숭 뚫'린 '더 우릴 것 없는' 어머니를…. 그 어머니들께 당장 따뜻한 전화라도 넣어야 할 듯./정수자·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