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회화그림 2012. 9. 24. 18:04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미인도


  ' 미인도' - 작자 미상, 종이에 담채, 114.2×56.5㎝, 1825년 무렵,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미인의 옛적 패션을 구경해보자. 우선 헤어스타일이 피어나는 뭉게구름 같다. 몽실하게 부푼 얹은머리는 윤기 자르르한 칠흑빛이다. 한쪽 끝에 매단 댕기에 멋 부린 티가 난다. 표정은 매우 고혹적이다. 웃음기 머금고 살짝 올라간 입 꼬리가 애교스럽다. 말 그대로 앵두 입술에 초승달 눈썹이다. 치마를 끌어올리고 은근히 몸을 꼬아 교태(嬌態)를 드러내는데, 고개는 갸웃하고 눈길은 나긋해서 사뭇 색정(色情)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조선시대 그림을 다 뒤져봐도 이런 '팜므 파탈'은 찾기 어렵다.

 

   삼회장 노랑 저고리는 볼수록 아찔하다. 깃과 고름, 겨드랑이와 소맷부리에 댄 자줏빛 천이야 당연히 세련됐다. 하지만 품이 얼마나 작고 꽉 조이는지, 어깨에서 팔에 이르는 몸매가 훤히 비친다. 길이는 고작 한 뼘이 될까 말까다. 옷고름이 팽팽해질 정도로 솟아오른 젖가슴이 도련 아래로 보인다. 여인의 신분은 물으나 마나 기생이다.

 

   그녀는 어인 일로 꽃을 손에 들었을까. 그림에 조선 중기 시인 어무적(魚無迹)의 시가 씌어 있다. 시 제목도 마침 '미인도(美人圖)'다. '하릴없이 봄이 늦게 올까 걱정이라/ 꽃가지 꺾어 들고 혼자서만 본다네.' 봄 소식이 늑장을 부리자 여인은 냉큼 꽃부터 꺾어 봄을 누리겠다는 속셈이다.

 

   그녀가 입은 쪽빛 치마는 길고도 낙낙하다. 항아리 같은 저 치마를 펼치면 굽이굽이 열 폭이겠다. 여인은 치마 한 자락을 겨드랑이에 끼웠다. 그 바람에 꽁꽁 동여맨 치마허리는 가려졌지만 희디흰 안감이 살며시 드러났다. 봄마저 유혹하려 드는 기생이니 남정네 눈길이야 능준히 호릴 테다. 그림은 그 유명한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에 버금가는 솜씨다.

 

   화가는 다 그리고 나서 제 이름은 숨겼다. 그린 때와 곳만 적어놓았다. '을유년 3월 16일, 얹혀살던 곳에서 그리다.' 그는 어디서 더부살이했을까. 기생을 그렸으니 기방(妓房)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에 지분(脂粉) 냄새가 여태 난다. /손철주 미술평론가 /조선일보

'회화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ther and daughter  (0) 2012.10.23
서생과 처녀  (0) 2012.10.22
광기와 폭력 뒤섞인 '현실 세계'  (0) 2012.09.19
모녀  (1) 2012.09.02
세계적인 명화 (여인들)  (0) 2012.08.29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