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료 의향서란 무엇이며 왜 미리 작성해야 하나?
사전의료 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란 대단히 낯선 용어다.
선진국에서는 Advanced Medical Directives라 하여 일반화된 용어다.
글자가 뜻하는 그대로 내가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라 달라는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서류를 뜻한다.
과거에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이 모인 가운데서 임종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가족의 크기가 소가족으로 줄었고,도시생활과 공동주거형태가 보편화되면서, 장례절차를 집에서 치루기 어려워졌으며,또한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장기간 의사의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전과 달리 죽음을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단순히 집에서 병원으로 위치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모든 과정에 의료팀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의학의 수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고,
특히 죽음에 임박한 생명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연장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은 첨단화되어 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그리고 각종 약물을 사용하면 이미 사망한 사람의 호흡과 심장의 박동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미 죽음에 임박한 경우라도 호흡과 심장박동을 의학적인 기술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장된 생명도 호흡을 하고,심장이 박동하는 한 의학적으로나 법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생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보호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의사들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질병 말기 환자의 생명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가?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임할 때에, 의료윤리의 기본원칙은 사람의 생명은 그 어느 것보다 귀하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생명의 연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생명연장을 위한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생명 연장에 소홀 한다면 법적으로 살인죄가 성립될 때도 있고, 실제로 살인죄로 재판을 받은 예도 있으며, 의료윤리를 저 버린 의사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인공호흡기와 각종 약물의 투여로 호흡도 하고 심장도 박동하지만, 의식이 없고 다시 의식을 회복할 기능성도 전혀 없는 상태에 종종 장기간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속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은 사망자 본인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힘들지만,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은 대단히 커지게 된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더 이상의 무의미한 생명의 유지를 중지하고 싶어도, 가족이나 의사에게는 연명되는 생명을 중지시킬 권한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그러한 생명의 유지를 중지시킬 권한은 사망자 본인에게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망에 임박한 본인은 의식이 없거나 의식이 있어도 불명료하고,또한 사망할 당시에는 약물 치료 중독 등으로 자기의 의사를 밝힐 능력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죽음에 이르러 그러한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정신이 명료한 지금 미리 자기의 의사를 적어 놓고, 이를 가족에게도 알리고 후에 그러한 상황에서 치료하는 의사에게 알려, 무의미한 생명의 연장을 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미리 자기의 의사를 알리면 사망에 임박한 본인, 의사 그리고 가족전체에 엄청난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된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때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기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병원에서 사망할 것이 기대되는 사람은 누구나 사전 의료의향서를 써야 하는 대상이 된다. [전 연세의료원장 김일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