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외통넋두리 2008. 5.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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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1408.001127 솜씨

 

지금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글씨를 배우고 싶은데, 여러 구실을 붙여서 미루고 지내는 나다.

 

어릴 때의 아버지 글 쓰시는 자세를 본받지 못하고 나대로의 고집으로 일관 해오는 요즈음 나는 많은 것을 느낀다.

 

아버지는 짧은 배움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글씨체를 구사하시는 재능을 타고 나셨다. 지방을 쓰실 때나 편지를 쓰실 때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몇 가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붓끝에 먹을 묻히기 전에 붓의 끝을 아래위 앞 이로 가볍게 깨물어서 붓끝을 부드럽게 한 다음 먹을 정성 들여 묻히고 이미 마련된 종이의 아래위에 적당히 여백을 만들 자리를 접어 금을 내어 반듯하게 놓은 종이 위에 붓끝을 가져간다. 온 힘을 다해서, 온 신경을 붓끝에 모은다. 먹물을 묻혀서 써야할 글자의 획을 완전하게 종이 위의 허공에 그려보며 그 크기와 획과 모양이 마음에 들면 그때서야 실제로 종이 위에 붓끝을 대어 써 나간다.

 

그렇게 해서 정작 쓰기 시작할 때는 거침없이 한 글자를 완성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글자를 두 번 쓰는 꼴이니 우선은 틀릴 리가 없고 그 모양을 다듬어서 쓰니 반듯하고 보기가 가지런하다.

 

붓글씨로 편지를 쓰면서 한자도 틀림없이 써 나간다는 것은 이런 특유의 방법으로 가능했다.

 

나의 글 쓰는 방법은 이와 달리, 처음부터 달려들어서 종이에 먹칠을 하니 글자의 균형이 뒤틀리고 줄이 비뚤어지고 글자가 빠지고 드디어는 애써서 시작한 글을 버리게 되고 마침내 좌절하는, 이런 식이니 모든 것이 타고난 성정과 관련이 있나보다.

 

아버지의 일생과 글은 슬프고 아린 말 못할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이 깊고 넓게 골 져서 흐르며 오늘의 나의 혼을 맑고 깨끗하게 씻어준다.

 

 

눈물방울 떨어진 자국, 물 튀긴 한 점

바위 뚫는 힘 정(釘), 바위에 튀겼네.

오물고물 한잠 누에 기는, 한 일자는

서슬 퍼런 칼날, 손잡이에 머물었고

쐐기 박다 튀긴 끝, 삐쳐 들여

바쳐내는 버팀목, 길 영(永)자 마감 획

 

아버지의 마감은 이런 것이려나. /외통-

 

 

-인간의 의지는 천지를 바꾼다.-밝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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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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