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아내의

외통프리즘 2008. 10. 1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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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0.030830 친구,아내의

오랜만에, 하마터면 잊었을 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

 

눈가의 잔주름은 젊음을 불태운 수많은 밤의 자국을 그린 듯, 실낱같이 가늘게 수(數)없어 햇빛에 수줍고, 미간(眉間)은 사람의 눈길을 피하려 청순(淸純)의 세모(細毛)를 싸 묻어서 도톰하다.

 

조는 듯 묵직한 눈까풀은 공주의 꿈을 깊숙이 묻었고, 세월을 지우려 덧댄 붓 자국은 파르르 떤 입술을 젊음의 윤기(潤氣)를 날려서 가장이 흐릿하다.

 

하늘을 담을 듯 깜박이는 눈꺼풀, 깊은 산골짝의 호수처럼 검푸른 눈을 감싸더니 오늘에 와서는 온데간데 없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이 하얀 목덜미를 감싸는, 흑백의 조화 또한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깊은 주름을 목에 걸고 벗을 수 없는 세월의 굴레로 감아, 내 앞에 육중하게 다가왔다.

 

아내의 친구는 그의 남자 친구와 함께 나와 더불어 그만 그만한 쌍쌍이 자주 시골의 호젓한 딸기밭에 가곤 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미래가 보장될는지도 의심스러운 우리는 따지고 계산하고 재지 않고 젊음을 담보하고 만났다. 그래서 함께 희망에 넘쳐 청춘을 노래하고 다녔지만 오늘과 같은 잿빛으로 물들 줄은 어느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예전엔 서로의 사이는 내남없이 틈이 없었고, 그래서 그 희망을 보증하려 사진도 박았다.  모두 어제 같은데, 오늘 그는 눈빛은 마주쳐도 힘없이 푹석 사그라지고 손을 맞잡아도 덤덤히 허탈하다.

 

둥지에서 참새 한 마리를 꺼내 손에 쥐어도 흥분되던 그 시절 그런 끓는 피를 기대할 수야 없겠지만 왠지 모르게 끌림이 없다. 젊음의 자력이 그만큼 소진된 탓일까. 아니면 내 앞에 서있는 아내의 친구가 병색으로 젊음의 기가 빠진 탓일까.

 

나는 예전같이 느끼지 못했다. 남의 집에 와서 무뚝뚝하게 쳐다보고 인사하는 것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함빡 웃는 아내친구의 웃음에 특별한 의미를 불어넣고 싶은 심정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이렇게 반가운 것인지.

 

비록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친구가 치료를 위해 서울에 온 김에 우리 집에 묵는다고 하지만 굳이 병에 관한 이야기를 흘려,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은 무슨 심사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함께 있으면서 부담도 거리감도 없이 평온하기만 한 일상,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지루함이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마도 감정의 중화(中和)를 이룬 까닭이리라. 그녀는 날 형부라 불렀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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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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