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자기의 일은 젖혀놓고 남의 일에만 참견할 때 ‘
사돈 남 말 한다’
라고 하고
저와는 상관없는 일에 간섭한다는 뜻을 가진 속담으로 ‘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는
말이 있으며 남이나 다름없는 먼 친척을 ‘
사돈의 팔촌’
그리고 사돈집을 높여 ‘
사돈댁’, ‘
안사돈’ ‘
바깥사돈’
등처럼
사돈
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면서 이 사돈이라는 말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돈의
사
는 한자로
査
라고 쓰며 이 글자는 木 + 且 로서
且(차)
는
겹쳐 쌓는 모양 또는 늘어놓는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査
의 뜻은
나무를 늘어놓아 묶여있는 ‘
뗏목’
을 나타내기도 하고
그 뗏목이 잘 묶여져 있는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
조사한다’
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사 : 뗏목, 나무 그루터기·
등걸)
와 같은 글자입니다.
돈
은 한자로
頓
이라고 쓰며 이 글자는 頁 + 屯으로
屯(둔, 준)
은
어린아이의 머리를 묶어 꾸민
모양을 본떠 ‘많은 것을 묶어 모으다’ ‘
사람이 모이다’ ‘진을 치다’는 뜻이 있는데
頁(머리 혈)
과
합해져서 ‘
조아리다’ ‘
머리를 땅에 대고 절을 하다’
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뗏목
(여기서는 나무 그루터기 또는 등걸을 의미함)
을 나타내는
査와 절을 한다는 頓이
합해진
査頓(
사돈)
이란 낱말이 왜 자녀의
혼인으로 맺어진 두 집안의 어버이끼리 혹은 넓게는
일가친척 간에
서로 부르는 말이 되었을까요?
문헌에 따르면 고려 예종 때 여진족을 물리친 원수(元首)
윤관(尹瓘) 장군과 부원수 오연총(吳延寵)
장군이 서로 자녀를
혼인시킨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집안은 냇물을 사이에 둔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윤관 장군이 집에서 담근 술이 익자 오연총 장군 생각이
나서 술병을 들고 냇가에 이르렀는데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서
건널 수 없게 되자
되돌아오려고 하는 순간 저쪽에서도 오연총장군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게 보여 두 사람은 각기
건너편 나무 등걸
(줄기를 잘라낸 나무 밑동)에서 자기가 가져온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윤 장군이 오 장군에게 “대감이 내게 한 잔 들라고 하면
내가 가져온 술을 대감의
술로 알고 마시고 내가 권하면 대감 또한
갖고 계신 술을 내 술로 알고 드시구려” 하고는
“잡수시오”하면
돈수(頓首 :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함)하고 자기의 술을 먹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항간에 돌아서 서로 자녀를 혼인시키는 것을
“우리도 사돈(査頓 : 나무 등걸에서 절하기)을 해 볼까요?” 하고
말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사돈
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어라고
합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