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숨긴 가면(假面)질환, 일반질환보다 더 위험:가면우울증 가면(假面) 뒤에 숨어 있는 질환이 있다. 가면우울증, 가면저혈당, 가면고혈압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면질환'에 걸리면, 그 질병의 일반적인 증상과 정반대 증상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야 할 증상이 안 나타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는 "가면질환은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 때, 제대로 못 받게 하므로 일반 질환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면우울증
▷원인·증상=뇌에서 세로토닌 분비 장애가 일어나 우울증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겉으로는 지나치게 명랑한 행동을 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과잉행동, 과잉반응, 과잉분노 등도 동반한다. 따라서 과잉행동장애(ADHD)나 조증(燥症)으로 오해하기 쉽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 스스로 우울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이런 증상이 생긴다."며 "전체 우울증의 3분의 1 정도다"라고 말했다.
'우울증과 관련된 증상'은 수면장애, 두통, 목의 이물감, 위통, 요통, 배뇨장애 등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할 경우 호흡 곤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원인을 못 찾고 '신경성' 진단을 받는다.
▷증상=사람의 정상 혈당치는 80~100mg/dL이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70mg/dL 이하로 떨어지면 식은땀, 불안함, 초조함, 집중력 저하 등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혈당이 아무 증상 없이 조용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성빈센트병원 내분비내과 고승현 교수는 "혈당이 떨어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심한 저혈당(30mg/dL 이하)에 빠지면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다."고 말했다.
▷원인=혈당이 떨어지면 자율신경계는 저혈당 증상을 유발시켜서 인체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 분비는 늘리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저혈당이 반복되면 자율신경계가 고장나 저혈당 증상을 유발시키지 못한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거나,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운동량이 많거나, 과음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잘 생긴다.
▷원인·증상=실제로는 고혈압인데,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정상으로 나온다. 적절한 약 처방을 못 받기 때문에 협심증, 뇌졸중, 신장병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는 "최고·최저 혈압의 차이가 큰 사람이 혈압이 가장 낮거나 안정 상태일 때 병원에 가서 혈압을 재면 가면고혈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박창규 교수팀이 고혈압 환자 1087명의 '병원혈압'과 '평소혈압'(기상 1시간 이내·수면 1시간 전에 각각 집에서 2회 연속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을 비교해 보니, 10% 정도가 가면고혈압이었다.
▷예방·치료=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과체중,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으면 가면고혈압 위험군이다. '평소 혈압'을 꼭 체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