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증명하라
하지만 검증이 불가능한 개인적 경험만으로 사후세계가 실재한다고 믿기는 어렵다. 의학적 관점의 사망 여부를 떠나 이들이 일종의 꿈과 유사한 경험을 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후 세계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의 피터 펜윅 박사와 사로 파니아 박사도 그중 하나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들은 1년 동안 63명의 심장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사후세계 의 존재규명을 위한 연구를 펼쳤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장발작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던 실험대상자 중 다수가 '사후세계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파니아 박사는 이처럼 사후세계를 경험한 피실험자들은 모두 임상적인 '사망 선고'를 받았다가 깨어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밝힌 사후세계 경험의 공통점은 크게 6가지였다. 밝은 빛을 목격했다는 것과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이 펼쳐졌다는 것, 그리고 더없이 평화롭고 즐거운 감정 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흘러간 듯한 느낌이 있었고 시각·청각·후각 등 모든 감각기관이 비현실적으로 예민해졌으며 자신의 사지(四肢)와 몸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후세계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이외에도 의학적으로 중요한 논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사후세계 체험자들의 주장인 임상적 인 사망 선고를 받은 후, 다시 말해 뇌를 포함한 육체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도 정신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며 보거나 들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두뇌가 정신과 의식을 관장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기존 의학계의 정설을 뒤엎는 것이며 뇌는 정신세계의 창조자가 아닌 정신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연구에도 맹점은 있다. 모든 연구분석을 오직 피실험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번 연구결과는 실험 참가자들 모두가 진실을 얘기했고,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전혀 착각하지 않았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성립됐을 때만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환자들이 사망 선고를 받았을 당시 자기공명영상 (MRI) 스캔 등 뇌의 활동을 확인한 것이 아니기에 이들의 사후세계 경험이 육체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뇌가 만들어 낸 환영인지, 실제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실 뇌를 '소(小) 우주'라고 부르며 그 역할과 기능조차 100%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우리들이 다양한 영적 미스터리들의 결정체인 사후세계를 증명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지 모른다. 따라서 사후세계의 실존 여부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공산이 크다.
먼 미래의 어느날 소설 '타나토노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죽지 않고도 사후세계를 경험한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출처> 파퓰러사이언스, 201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