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순수한 무지의 빛덩이였을 때 세상의 혼돈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 불일치를 견디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순수한 빛 자체만은 아니어서였을까 나는 내 안에 솟구치는 어떤 힘에 의해 어둠의 세계를 향하여 한 발 한 발 가고 있었는 데 차츰차츰 다가온 어둠이 나의 살을 침투해 적실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저항하면서도 죽음의 파도같이 밀려오는 그 어둠의 힘에 무릎 꿇고 스스로 굴복하였으니 이제 빛과 어둠이 고루 섞여 있는 나는 원래 그렇게 두 개의 상반된 힘으로 형성되어 있는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보니 바로 곁에서 아직 순수한 무지의 빛덩이에 지나지않는 나의 아이들이 세상의 혼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모순투성이에 지나지않는 나라는 존재도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한 부분이다.
어찌되었거나 그들을 몰고가는 하나의 방향이, 하나의 결정된 모습이 되어야 하는 나, 실은 내 안에서 몰아치는 커다란 어둠을 감추고 세상에 빛의 옷을 입고 서야한다는 것은 하나의 엄청난 가식임에도 그러한 위선의 눈섭을 세우고 통제의 권한을 행사한다.
그들의 웃자란 감정을 쳐주며 말로써 질서와 안정과 평화의 옷을 입혀준다.
이제 그런 다음에서야 그들이 자유로운 양심의 빛에 의해 자신의 삶을 조심스럽게 이끌어갈 것인터, 그들이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순수한 빛덩이의 빛과 열을 되도록이면 보존하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세상의 파도 위를 구를 수 있도록, 다만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아야 하리라.
내가 아직 순수한 기쁨의 빛덩이였을 때, 세상의 혼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였을 때,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을 지도 모른다.
마치 아직 세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해 괴로워하는 너의 고독한 아름다움처럼. /이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