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두는 우유가 사흘째 배달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음 날 새벽, 종두는 배달 사고가 난 초록색 대문 앞에 우유를 넣고 전봇대 뒤에 숨었다.
10분이 지나자 누군가 우유를 슬쩍 훔쳐 갔다.
범인은 허리가 활처럼 굽은 할머니였다.
밖에서도 방 안이 훤히 보이는 반 지하에 사는 할머니는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우유를 내려놓았다.
다음 날부터 종두는 대문 앞에 할머니 몫으로 우유를 하나 더 넣었다.
어느 새벽, 종두는 소방차를 보고 발길을 멈추었다.
불이 난 곳은 그 할머니가 사는 주택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가 사람들을 구한 거라고.” 수군거렸다.
손자를 업은 할머니는 종두를 보고 다가왔다.
“내가 아니야. 이 총각이 살린 거라고.”
종두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는 눈짓으로 우유를 가리켰다.
우유를 먹고 싶어 보채는 아이를 보다 못해 그만 남의 우유에 손을 댄 할머니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초록색 문 앞에 우유가 두 개 있었다.
총각이 일부러 두 개를 갖다 놓은 것 같았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초록색 문 앞에서 총각을 기다리다 불길을 본 것이다.
할머니는 창문에 돌을 던졌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사람들이 깨어났고,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고맙네! 총각. 그리고 용서해 달라 말하고 싶었네.”
할머니는 그가 사람을 구했다고 말했지만 종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살린 것은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 이었다.
/옮긴 글